입사 1년 회고와 마음가짐


제가 입사한 지 벌써 만 1년이 지났습니다. 일 인분 하면서 돈 벌기는 참 힘들더군요ㅎㅎ

이런 것도 회고라고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들을 정리해봤어요.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일. 잘. 알.

이건 정말 최근에야 깨달은 건데, 제가 지금까지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내가 시험지를 제출하면 누군가 채점한 뒤 점수를 매겨 돌려주는 식으로, 제 퍼포먼스에 대해 다른 분들이 평가할 것이고 저는 거기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좀 과격하게 말하면 내 상사를 행복하게 만들면 나는 일을 잘했다고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일과 관련해서 제가 내리는 결정에는 자신이 없고 자꾸 눈치만 보게 되더라고요. 닮고 싶은 개발자분들이 같은 팀에 계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본받거나 닮지 못하고 저는 그저 어설프게 따라 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었던 거예요. 중심을 나에게로 가져와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좋은 일에 대한 청사진 또는 기준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 을 좋은 ~~ 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겠다는 말이죠.

좋은 커밋메시지에 대한 청사진, 기술 질문이 들어왔을 때 좋은 답변 메일에 대한 청사진, 좋은 세미나 발표에 대한 청사진, 좋은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청사진, 좋은 기술 도큐먼트에 대한 청사진, 좋은 릴리즈 노트에 대한 청사진 등.
훌륭한 개발자분들을 벤치마크해서 청사진을 잘 그려둔 뒤 그 청사진에 맞추려 노력한다면, 그러면 일을 잘하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introvert로 사회생활 살아남기

저는 사회생활에 서투른 편입니다. 거짓말도 못 하고 좋은 거 싫은 거 얼굴에 다 티가 나요. 사회생활 눈치도 없는 편이어서 돌려 말하면 잘 못 알아들어요. 게다가 극단적으로 내향적이에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기운이 쭉 빨리고 혼자 쉬고 뭐든지 혼자 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 verbal conversation보단 얼굴 맞대지 않는 written conversation을 선호하는, 다른 분들 계신 공용 공간보다는 차라리 화장실에 혼자 앉아 쉬는 시간을 갖는 그런 성격입니다.

회사 다니는 것이 처음이어서, 입사할 때는 제가 받을 스트레스와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요즘은 놀랍게도 '의외로 할 만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별 생각 없이 물 흐르듯 지내도 괜찮은 학교에 비하면 물론 스트레스는 많지만요. 그렇지만 회사생활이 생각보다 할만 하더라고요.

저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분들,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는 인싸(!)분들을 보면 좋아 보여요. 하지만 가질 수 없는 걸 부러워하기보다 제 장점에서부터 빛나는 점을 가꾸려고 합니다. 저는 외향적인 분들에 비해 제 에너지를 내면으로 집중시킬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외향/내향적인 성격에는 각각 양면이 존재하죠. 내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나의 부족한 점보다는 좋은 점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요, 저는 짧은 1년의 사회생활 경험으로, 내가 일하고 즐겁게 사는 데에 필요한 만큼의 사회성은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 정도는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