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


좋은 회사라는건 정말 주관적인거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가 뭔지 얘기하기 전에, 우선 제가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토목공학과를 졸업했고, 마지막 학기에 토목쪽 공기업으로 취업을 생각해서 기사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한국도로공사, LH, 수자원공사 같은 곳들이요. 이런 공기업들은 토목공학 공부한 여학우들 에게는 정말 신의직장이에요. 저는 공기업쪽에 원래는 전혀 뜻이 없었는데, 막상 대학 졸업할 때가 되니 꿈이고 뭐고, 취업은 해야겠더라구요. 불안했어요. 남들이 쫓는 곳 가면 평범하게 살거고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취업 준비를 시작하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너무너무 재미가 없고, 공부할 의욕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어요. 평생 이렇게 의미없는 일들을 하면서 살게 될까, 라고 생각하니 숨이 턱턱 막혔어요. (물론 저한테나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공무원 화이팅) 그러던 차에 표지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진로 고민 얘기를 하다가 친구 한 명이 저한테 물어봤어요. 지금까지 쌓아온거, 배운거 다 신경안쓰면 뭘 하고싶냐고. 그랬는데 쌩뚱맞게 개발이 하고싶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 전에 재밌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수업때 우연히 조금 접해본 정도가 전부였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며칠 후에, 같은 토목과에 친한 친구한테 안부 물을 겸 연락을 했어요. 근데 그 친구가 갑자기 개발을 시작한대요. 정말 갑자기 ㅋㅋㅋ 그러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이 표지들을 따라가야겠구나. 나는 개발을 해야겠구나. 해야하는구나. 신기했어요. 신기하죠?

저는 평생 제 꿈을 갖고 싶었어요. 어릴 적 부터. 다른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래요. 대통령도 하고싶고, 연예인도 하고 싶고, 드라마 PD도 하고싶고, 사진작가도 되고싶대요. 이런 얘기를 눈을 반짝이면서 하는 친구들이 너무나도 멋져보이는데 저는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그러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드디어 찾은 거에요. 이 때가 벌써 2년 전이네요.

감성이 터져서 글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그리고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하는 중이시라면, 가고 싶은 회사를 고를 때 제가 세운 기준을 참고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서대로 적었어요.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

#1.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

  • 내가 관심있는 분야 개발 할 수 있고
  •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적당한 몰입도를 유지하도록 적당히 도와주는 회사. 예를 들어 사수가 있는 회사.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
  • 개발 문화가 좋은 회사 e.g)자유로운 코드리뷰, 새로운 기술 도입에 적극적

#2. 개발자 라는 직업을 이해하고 있는 회사. 일할 맛 나는 회사.

  • 수평적인 회사.
  • 연봉은 적게 주면서 개발자를 기계처럼 굴리지 않는 회사. 개발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면 가장 좋겠다.
  • 양봉장 같은 회사 (임백준 칼럼 | 개발자는 꿀벌이다)

#3. 워라밸

#4. 연봉

#5. 통근 거리, 복지


저는 이 기준들을 가지고 회사를 골랐어요. 사실 저한테는 첫번째 기준이 70%는 되는 것 같아요. 다른게 다 안맞아도 첫번째 기준만 충족이 되면 70%는 먹고 들어간달까. 이 기준들은 전부 만족하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기준을 세워두면 서로 다른 조건들을 가진 여러 회사들 사이에서 고민 할 때 도움이 되겠죠. 제가 현재 다니는 회사는 적어도 세 가지 기준에는 만족해요.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세우고 자기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를 바라요.